(이사야 13:1-22, ‘존귀한 자’, ‘거룩하게 구별한 자’)

13장부터 ‘열국의 심판’에 대한 말씀이 이어진다.
바벨론과 앗수르, 블레셋, 모압, 다메섹/이스라엘, 애굽이 그에 해당될 것이다.
오늘 본문은 “이사야가 바벨론에 대하여 받은 경고”다.
이미 표제어처럼 그 대상이 분명히 “바벨론”으로 언급되었고,
특히 나중 문단에서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기록되고 있어
누가 누구를 심판하는지가 명확하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소돔과 고모라 같이” 멸망당하게 하실 것이다.

그런데 첫 단락은 과연 바벨론이 심판을 받는지,
아니면 앗수르의 경우와 같이 그 이전에 혹시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게 될 것을 미리 말씀하시는지 불분명해 보인다.
물론 앗수르가 북이스라엘을 심판하는 도구가 되는 것과 같이 바벨론은 유다를 심판하는 하나님의 도구가 될 것이다.
첫 단락은 이 부분을 보여주시는 것인가?

가령 2절의 “존귀한 자”와 3절의 “거룩하게 구별한 자들”은 같은 사람들인가,
그리고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가?
언뜻 보면 같은 사람으로 보이고
혹시 그들은 하나님께서 “진노의 병기”로 택하셔서 “온 땅을 멸하려” 하시는 바벨론인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둘은 구분된다.

하나님께서 “열국의 민족”을 소집하여 “군대를 점검”하시고 바벨론을 치실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은 이 열국의 군대를 “존귀한 자의 문으로 들어가게 하라”고 명령하셨다.
그것은 더 자세하게 풀이한 번역과 같이
“바빌론의 존귀한 자들이 사는 문들로 ··· 쳐들어가도록” 용사를 소집하라는 하나님 말씀이다.
“존귀한 자의 문”이란 바벨론 사람들의 문이다.
그리로 들어가도록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구별한 자들에게 명령”하셨다.
정리하면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구별한 자들”을 “열국 민족”에서 소집하여 “군대를 검열”하시고는
바벨론의 “존귀한 자의 문에 들어가라”고 명령하신다.
그것은 바벨론에 대한 공격의 명령이다!

즉 여기서 “존귀한 자”와 “거룩하게 구별한 자”는 구분된다.
정반대의 사람들이다.
“존귀한 자”는 바벨론 사람들이다.
그들이 뭐가 “존귀”하겠는가?
그것은 그들 가운데 “존귀한 자”(귀족, 즉 지배자)를 하나님께서 멸하므로 모든 바벨론 사람들이 멸망하는 것을 뜻할 것이다.
지배세력을 붕괴시키면 그 나라는 멸하지 않겠는가.
또는 바벨론의 죄악으로 오늘 본문이 가장 직설적으로 언급되는 “교만한 자의 오만”과 “강포한 자의 거만”이라는 단어를 보면
바벨론이 스스로를 칭하는 표현일 수 있다.
그들은 소위 “존귀한 자”다.
그들이 스스로를 “존귀한 자”, ‘세상을 지배하는 우월한 민족’이라고 부른다.
아, 이러한 나라와 민족들이 역사에서 어떤 심판을 받아왔는지를 우리는 아주 잘 안다!

“거룩하게 구별한 자”는 특별히 그 말 앞에 “내가”라는 정확한 단어로 누가 “거룩하게 구별”했는지가 명확하다.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구별”하셨다.
즉 “존귀한 자”든, “거룩하게 구별한 자”든 중요한 것은
누구에 의해 그렇게 되었는가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스스로를 “존귀한 자”라고 하든, “거룩하게 구별”된 자라고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것인 사실인가 아닌가는 자기 입의 말로 결정되지 않는다.
거짓말 하는 자가 ‘나는 정직하다’라고 본인이 말한다고 해서 그가 정직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사람은 정직하다’라고 하면 그는 정직한 사람이다.
유다의 여러 왕들 가운데,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행실과 같이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였다고 하면
그─예를 들어, 히스기야 왕─는 정직한 자다.
즉 하나님께서 “존귀한 자”라고 부르실 때만 그는 “존귀한 자”다.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구별한 자”일 때만 그는 거룩한 자요 거룩하게 구별된 자다.

바벨론에 대한 “경고”는 결국 스스로 교만하고 오만하며 거만한 바벨론의 강포함을
하나님께서 열국에서 거룩하게 구별하신 하나님의 군대를 통해 멸하신다는 내용이다.
물론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구별하셨어도
그 사실을 자신이 스스로 그렇게 된 것처럼 여겨서 교만해진다면
당연히 그의 거룩함은 사라진다.
그는 이제 하나님께 거룩한 자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그러했고, 이스라엘을 징계하는 앗수르도,
유다를 징계하는 바벨론도, 바벨론을 징계하는 메대로 그러하다.

자신을 스스로 “존귀한 자”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존귀든, 거룩함이든 오직 하나님께서 그렇게 부르실 때만 유효하다.
하나님께서 나를 성도(거룩한 무리)라고 부르셨다.
이것은 내가 성도로서 거룩하게 구별된 자로 살아야 한다는 사명을 말하는 것이지,
내가 스스로 거룩하게 되어서 하나님께 그러한 자로 공인되었다는 것을 결코 뜻하지 않는다.
그러한 순간에 그는 스스로 존귀 한 자, 곧 교만하고 오만하고 거만한 바벨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