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10:5-19, 완악한 마음과 높은 눈)

성경의 역사에서 성도들이 하나님께 탄원하는 가장 큰 이유와 내용은
의로운 고난, 즉 의인이 악인에게 당하는 고난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정당한 탄원이다.

이와 흡사하지만 구분되는 또 하나의 탄원은 우선 죄와 관련된다.
하나님 백성이 죄를 짓고 하나님의 벌을 받는데 하필이면 그 징벌이 악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다.
이스라엘이 죄를 지었으므로 하나님께 벌을 받아도 할 말은 없지만,
어찌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 이스라엘보다 더 악한 자들에 의해 그 벌이 시행되는가?

그 역사의 가장 대표적인 현장은 유다의 멸망 상황이었다.
북이스라엘은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악한 왕들이 통치하고 백성들이 그에 따라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유다는 다윗의 집안이 계속 왕위를 이었고,
그 가운데 선한 왕들과 신앙적 개혁도 있었다.
그러나 유다 역사의 마지막 순간은 바벨론이라는 하나님을 모르는 강대국에 의해 임한다.

그런데 유다의 멸망은 그들의 악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마지막 몇 왕들 때가 아니라
그 훨씬 이전에 이미 예고되었다.
이사야 선지자는 비교적 선한 왕들의 통치 시기였던 네 왕의 때에
앗수르에 의한 유다 침공을 경고한다.
물론 앗수르는 유다를 멸망시키지 못하고 돌아갈 것이지만
그것은 대단히 큰 타격과 공포를 야기할 것이다.
북이스라엘과 아람 동맹군을 물리쳐주시는 하나님께서 어찌 앗수르의 침공을 허락하시는가?

그것은 유다의 죄악 때문이었다.
그것은 특히 유다의 지배세력의 죄악 때문이었다.
아니, 온 백성의 죄악 때문이었다.
“이 백성이 모두 경건하지 아니하며 악을 행하며 모든 입으로 망령되이 말하니”
심판이 임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북이스라엘과 아람을 물리치시기 위해 이용하신 앗수르를 유다의 징벌에도 이용하신다.
그것은 성도들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유다는 아마도 그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를 간절히 바라겠지만
하나님은 그러한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그와 달리 하나님은 더 중요한 진실을 말씀하신다.
그것은 앗수르가 분명히 “경건하지 아니한 나라를 치”는 하나님의 도구─“진노의 막대기”와 “분노”의 “몽둥이”─이지만,
그들의 “완악한 마음의 열매”와 “높은 눈의 자랑”을 심판하신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유다뿐 아니라 만국, 세계, 열방의 주관자시다!

앗수르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진노의 막대기와 분노의 몽둥이로 쓰시는 뜻을 자신들의 교만함의 빌미로 삼는다.
그들은 하나님의 징계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력으로 “파괴”와 “멸절”을 수행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주권이 아니라 “내 손의 힘과 내 지혜로 이 일을 행하였”다고 자랑한다.

그들이 “도끼”와 “톱”과 “막대기”와 “몽둥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그것은 도구다!
그것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것들은 도끼를 “찍는 자”, 톱을 “켜는 자”, 막대기와 몽둥이를 “드는 자”의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도구가 주인 노릇을 하려 한다.
주인의 손에 의해 도끼가 나무를 찍으니 자기가 나무를 찍었다고 “스스로 자랑”하며, “스스로 큰 체”한다.

이들에 대한 하나님의 선언이 무엇인가?
“앗수르 사람은 화 있을진저”
“앗수르 왕의 완악한 마음의 열매와 높은 눈의 자랑을 벌하시리라”
하나님께서 그들의 “살진” 모습을 “파리하게 하시며”
그들의 “영화”에 불을 붙여 “맹렬히 타게 하실” 것이다.

그리하여 이것은 이제 유다 백성에게 통쾌한 복수극이 되는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성도들의 탄원을 들으시고 원을 푸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도는 하나님의 주권과 공의로우심과 선하신 권능을 오로지 경외한다, 두려워한다.
그것이 내 편이라고 “스스로 자랑하고” “스스로 큰 체”한다면
앗수르와 똑같은 어리석음을 또 범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앗수르를 심판하시는 것을 보고
성도는 하나님께서 성도의 죄악을 징계하시는 것이 얼마나 공의롭고 정의로운 것인지,
성도뿐만 아니라 온 우주를 그렇게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권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경외할 뿐이다.
앗수르의 심판이 곧 유다의 구원은 아니다!
앗수르가 심판을 받듯이 ─사실은 이미 유다가 하나님께 징벌을 받았듯이─
유다도 끝내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끝내 “완악한 마음의 열매와 높은 눈의 자랑”을 끊어버리지 아니하면
똑같은 결과를 맞는다!
나는 두려운 마음으로 더욱 겸비하며 더욱 하나님을 의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