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0:1-9, 누구의 소원, 누구의 계획대로?)

전쟁에 앞서 왕이 백성들을 북돋운다.
그것은 사기진작을 위한 단순한 심리전술과 선전의 전략이 아니다.
다윗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
바로 사실이다.
진실이다.
진리다!

전쟁이 “환난”이라는 사실을 다윗은 감추지 않는다.
혹시 세상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상대화하여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교만한 태도다.
만일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을 질병과 전쟁과 박해와 순교의 현장에서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말라─고통을 느끼는 것은 믿음이 없는 것이다─라고
부추기는 것으로 적용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러나 고통에 솔직하고 진실한 것이 절망적이고 원망스러움을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전쟁이라는 고통의 현실이 사실인 것 이상으로
하나님께서 계신다는 더욱 근본적이고 분명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선하신 권능의 하나님이 계시며, 바로 성도와 함께 하신다.
하나님께서 환난 가운데 있는 성도를 보시고 도우신다.
하나님께서 성도를 구원하신다.
성도가 부르짖을 때 하나님께서 “그의 오른손의 구원하는 힘으로 ··· 응답”하신다.

그러나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이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그 누구도 하나님을 자기 종처럼 부려먹을 수 없고
하나님께서 그 누구의 도구가 되지 않으신다.
아마도 “네 마음의 소원대로 허락하시고
네 모든 계획을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는 기도문에 아주 솔깃할 것이다.
과연 하나님은 내 “마음이 소원대로 허락하시고” 내 “모든 계획을 이루어 주시”는가?
많은 사람이 바랄 이 ‘도깨비방망이 식’ 기도를 다윗이 한 것일까?

하나님의 백성이 악의 세력을 물리치기를 바라는 것으로 적용할 전쟁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러한 의미로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것을 내가 주인이 되고
하나님이 나의 도구와 종이 되는 구도로 기도를 이해하는 발상이라면
이것은 다윗의 기도를 왜곡한 것이다.
왜냐하면 다윗은 전쟁에서 의지하고 자랑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내 마음대로 되고 내 계획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나님께서 보장해주신다면
다윗은 전쟁에서 의지하고 자랑할 것을
바로 내 “마음의 소원”과 내 “모든 계획”으로 말했을 것이다.
내가 승리를 소원하고 계획하면 승리할 것이므로
승리의 근원은 나의 마음에 있으며, 내가 의지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그 반대를 말한다.
세상에서는 전쟁에서 “병거”와 “말”을 가장 의지한다.
그것은 군사력의 중심이므로 아주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다윗은 이것을 의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이에 대한 의지를 거부한다.
그가 의지하고 자랑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이름”이요 곧 하나님이시다.

다윗은 전쟁과 세상 모든 일에서 오로지 하나님만 의지할 분인 것을 고백한다.
그것은 전쟁과 세상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되기 때문이다.
마귀와 인간의 어떠한 저지에서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뜻하시는 일을 이루신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자랑하겠다는 다윗의 선언은
곧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 밤에 기도하신 내용과 같다.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그렇다면 “네 마음의 소원대로 허락하시고 네 모든 계획을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는 말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우리가 마음의 소원과 모든 계획으로 삼으라는 뜻 아닌가.
유다 백성의 다수가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을 방어해주시고
바벨론과의 전쟁에서 이기게 해주실 것이라 마음에 소원하고 계획했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루어진 것은 하나님께서 선지자들을 통해 이미 말씀해 오시던
하나님의 뜻─이스라엘의 죄에 대한 공의의 심판과 그럼에도 그들을 다시 새롭게 하시려는 사랑─이었다.
그리하여 유다는 패망하고 포로로 끌려가고,
그리고 약속하신 대로 다시 해방되어 새로운 출발을 맞았다.
이스라엘 백성 다수의 소원과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하나님께 신실한 극소수만이 그에 순종했다.
내가 마음에 품을 소원과 모든 계획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바로 하나님의 뜻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또 다시,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하여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