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4:1-10, 내 머리를 드나이다)

최대한 시적 상상을 동원하여야 할 것이나 나의 재능이 너무 부족하다.
하나님께서 시처럼 아름답게 만물을 창조하시고 그 구도와 모양과 색깔과 소리가 각기 시의 언어로 창조주를 노래하지만
나는 그것을 다 알아듣고 누리기에 참으로 모자라다.

하나님께서 온 세계를 만드셨으므로 “거기에 충만한 것”과 “그 가운데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다.
하나님이 다스리시지 않는 세상의 부분은 없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
내가 두려워할 것이 없으며, 내가 하나님과 무관하다고 회피할 영역이 없다.
그런데 나는 무서움이 많고 이원론적으로 구분하는 성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나의 믿음이 얼마나 순수해야 하는가.

발이 닿는 든든한 기반인 땅에 비해서 바다와 강은 인간에게는 위험하고 불안한 곳이다.
그러나 하나님께는 그러한 바다가 “터”가 되며 강들이 건축의 기반이 된다.
지구의 표면에서 물의 면적이 더 넓으니
마치 물 위에 땅이 떠 있는 것 같으며 땅의 기초가 물 위에 있는 것 같다.
사람에게는 물과 뭍이 구분되지만 하나님께는 그 모든 것이 동일하다.
물 위에 대륙을 띄우시며 땅 위에 호수를 올려놓으신다.

성도는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 “그의 거룩한 곳에 설 자”, 즉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다.
성도의 본질은 “여호와를 찾는” 것이며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만물과 만백성을 다스리시지만 사실 많은 사람이 하나님과 무관하게 살며 심지어 대적자가 된다.
하나님을 찾는 것은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로써만 가능하다.
나는 몸과 마음이 깨끗하지 않지만 나를 그렇게 변화시켜주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이 구절이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다.
“문”은 출입의 통로다.
담은 막혀있고 문이 여닫을 수 있어 그리로만 다닌다.
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열고 닫는 것이다.
열 때 열리고 닫을 때 닫혀 있어야 한다.
시인이 문들에게 “머리를 들라”는 것은 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머리를 드는 행위’로 묘사한 것은 “영광의 왕”─네 절에 다섯 번이나 반복된─이 그리로 들어가실 것이요
그때 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겸손이어서라고 생각된다.
문은 합당하지 않은 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닫혀 있다가 이제 “영광의 왕”이 오시니 열려야 한다.
그때 문은 왕을 우러러보며 그 영광을 기린다.
머리를 든다는 것은 반항하려고 치켜드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높으신 분을 높이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자세다.
“영광의 왕”, 그 높으신 하나님께서 들어오신다.
나는 문으로서, 또는 문지기로서 높으신 하나님께 고개를 들어 섬긴다.

이 시에서 왜 이 말─“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이 이렇게 여러 번 반복될까?
그것은 하나님을 높이는 찬양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하나님 앞에 교만한 자들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하나님께 눈을 내리 까는 자들이 있다, 아니 많다!
마치 자기가 더 크고 높은 자인 것처럼, 하나님이 나보다 아래에 계시는 작은 자인 것처럼
고개를 아래로 향하여 하나님께 ‘고개를 들라’고 명하는 듯한 자들이 이 세상에 참 많다.
아, 어쩌면 성도들 가운데도 하나님을 종처럼 부리려는 습성도 있다 할 수 있다.
내가 하나님을 위한 자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위한 자(종)인 듯이 된 것이다.
나는 하나님을 위한 충성이 없으면서 마치 하나님을 충성스런 종처럼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께 “머리를 들지어다”라고 말하는 셈이다.
아, 내가 머리를 들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가까이 오셔서 사자가 내게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라고 외치면
나는 “내 머리를 드나이다”라고 아뢰며 나의 고개를 높이 들어 우러른다.
나는 하나님을 내려다볼 수 없다.
나는 하나님을 우러러본다.
내 삶에서 하나님이 높여져야 한다.
아, 그러기 위해서는 고린도후서 뒷부분에서 거듭 강조된 바와 같이
육신적인 기준으로 나의 강함을 드러내는 교만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 앞에, 그리고 사람 앞에서도 나의 연약함을 정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나의 연약함을 감추면 나는 결국 높은 자 행세를 할 것이요 하나님 앞에서 내 머리를 들어 우러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서 드나드시는 “문”이다.
나는 높으신 “영광의 왕” 하나님을 우러러보며 찬양할 것이다.
내가 겸손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