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7:16-26, 아간이 뽑혔더라)

아간의 범죄는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었다.
요단강이 갈라지는 것을 체험했고 할례도 받고 성결케 되며
새로운 헌신을 다짐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전혀 군사적인 힘에 의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만 하여 견고한 여리고 성을 무너뜨렸다.
이 모든 것으로도 하나님께 순종하기가 부족한 것일까?
도대체 얼마큼을 알고 체험하고 다짐해야
하나님을 전적으로 순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아간은 모든 것을 알고 체험했음에도
눈앞에 값비싼 물건들이 보이자 탐심이 생겼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라고,
즉 절멸시키라고 명령하셨음에도
아간은 기어이 그것에 손을 대고 말았다.
지식과 체험으로도 탐심을 물리치지 못했다.
그가 하나님을 몰랐겠는가.
그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의 지식과 믿음과 체험은
언제든지 유혹 앞에서 약해지고 무너지고 변질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 나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200만 명은 족히 되었을 그 다수의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값비싼 물건을 보고 탐심이 들고 그것을 몰래 숨긴 사람이
아간(가족) 혼자인 것에 오히려 놀랍다!

아마도, 내 생각과 경험에,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범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들키는 것이다.
들키지만 않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 같다.
들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범죄인 줄 알면서도 하는 것은
그것을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아간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들키는 여부는
바로 하나님이 누구신지 아는 지식과 믿음과 직접 관련된다.
대체로 들키는 여부는 사람과만 관련하여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사람에게는 가끔 들키는 경험을 했고,
또는 그러한 경우를 봤고,
그것이 얼마나 창피한지 알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들키는 것을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께는 들켜본 경험이 별로 없다.
내가 무엇을 하든 다 보고 아 아시는 하나님이시지만
하나님께서 매번 내가 들켰음을 직접 알게 해주지 않으시기 때문에,
아니 내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하나님께 들키지 않은 것으로,
또는 하나님께 들키는 것이 별로 심각한 일이 아닌 것으로 넘어간다.
하나님께 들키는 것에 대해 무감각하다.
이것이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의 무지다.
아간이 그랬을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아간이 한 일의 결과가 바로 나타났는데도
그는 무엇을 할지 모르는 것이다.
아이 성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백성들이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지도자들이 어찌할 줄 모르며 탄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응답하시고 백성들이 총 집합한 중에
제비뽑기가 벌어졌다.
그것은 범죄자의 색출이었다.
그 일이 시작될 때 아간은 앞에 나갔어야 했다.
어쩌면 유다 지파가 뽑혔을 때에라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는 세라, 또는 삽디, 또는 갈미가 뽑혔을 때에라도
아간에게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갈미는 아간의 아버지다.
여기까지 좁혀졌다면 ―200만 중에 이제 한 가족으로!―
바로 자신이 지목될 것은 뻔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아간은 마지막 제비뽑기에도 나갔다.
그는 그 자리에서 다른 형제들이 뽑힐 것으로 생각한 것인가?
아! 정말로 그는 하나님을 속일 수 있다고,
하나님께 안 들킬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인가?
그럴 줄 충분히 알면서도 너무나 두렵고 부끄러워서 나가지 못한 것인가?
끝까지 그가 두려워한 것은 범죄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공적으로 지목되는 일이었던 것인가?
나는 그의 심리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아주 비슷한 일이 내게서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범죄의 심각성보다도,
하나님께서 다 아시는 사실보다도,
공적으로 들키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래서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러한 헛된 확신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간이 결국 뽑혔다.
아, 이것이 상을 받기 위해 뽑히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정반대로 그는 이스라엘을 곤경에 빠뜨린,
하나님을 진노하게 한 범죄의 행위자로 뽑혔다.
끝까지 들키지 않으려고 버둥대다가 뽑혔다.
그는 그가 그렇게 두려워한 대로 들켰다.
아! 그는 뽑히지 않고 나가서 고백했어야 한다.
그는 뽑히기 전에 앞에 나갔어야 한다.
회개는 늘 범죄보다 늦을 수밖에 없지만
더 늦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