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9:35-10:14, 사울이 죽은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역사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족보의 나열이었다.
물론 족보 자체도 역사다.
그리고 계보를 배열하고 기록하는 순서와 구성에 분명한 의도가 들어있고
그것만으로도 이스라엘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러나 족보보다 더 명확하고 자세한 역사서술이
각 왕들의 시대를 설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당연히 그 시작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부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울 집안의 계보가 기록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스라엘 왕조 시대의 역사가 기록될 것인데
그 서술이 사울의 탄생이나 유아·소년기,
또는 그가 어떻게 왕으로 즉위하게 되었는지로 시작되지 않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구체적인 역사서술은
첫 왕인 사울의 죽음부터 시작한다.

역사서술에서 사울에 관한 첫 언급은 “추격”당하는 장면이다.
이스라엘이 전쟁에 지고 도망하고 죽임을 당하고
왕과 왕자가 결국 죽는다.
사울은 왕으로서 조국을 구하지도,
위해서 목숨을 바쳐 싸우지도 못했다.
그는 어떤 영웅적인 이야기를 만들지 내지 못했다.
이 역사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울이 아니라 죽어서 희롱당하고 있는 그의 시신을 목숨 걸고 거두어온
길르앗야베스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죽은 왕을 정중하게 애도했다.
왕도 왕자도 죽었으므로 그 가문의 계대가 끊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데
이들은 그것을 정치적 세력의 향후 방향을 계산하는 빌미로 삼지 않았다.

그리고 역대상은 사울에 대한 이 기록의 의도와 결론을 이렇게 단언한다.
“사울이 죽은 것은 여호와께 범죄하였기 때문이라”
아, 이스라엘의 초대 왕의 역사는 그가 살아온 바 그의 업적, 그를 기릴 공적이 아니라,
그가 죽은 이유를 밝히는 데에 중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죽은 이유는 참으로 비극적이다!
“그가 여호와의 말씀을 지키지 아니하고
또 신접한 자에게 가르치기를 청하고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시고
그 나라를 이새의 아들 다윗에게 넘겨 주셨더라”

그가 죽은 이유는 범죄에 있다.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누구나 죄인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죄의 결과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어느 특별한 죄 때문에 임종을 맞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죽음의 이유는 노쇠함, 질병, 사고 등에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초대 왕은
하나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에 당하는 심판으로서 죽은 것이다.
그는 죽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죽이신 것이다.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시고”—
그리고 그가 죽임을 당한 것은 곧 그 나라가 다윗에게로 넘겨지는 일로 이어진다.
아, 사울의 죽음은 다윗의 등장을 위한 것이다!

이 역사는 당연히 경고를 위한 것이다.
이렇게 살지 않도록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다.
성경은 왕이라고 무턱대고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비극적 역사의 근거를 추적하고 고발함으로써 분명한 교훈을 준다.

역대기 서술의 시작인 사울 왕의 이야기는
그의 삶으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죽음만을 언급한다.
아, 그에게는 삶이 없고 죽음만이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하신, 복 주신 하나님의 창조 계획과 축복이
죄와 벌, 곧 죽음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것은 첫 사람 아담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망쳐놓고
둘째 아담인 그리스도께서 그것을 회복시키는 것과 흡사하다.
이스라엘의 첫 왕 사울은 죄악으로 이스라엘을 망쳐놓았고
그것은 둘째 왕 다윗에 의해 회복될 것이다.
사울의 나라는 다윗에게 넘겨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