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1:1-54, 조상과 자손)

많은 사람이 성경을 읽다가
그냥 건너뛰고 싶은 유혹을 받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족보다.
역대상은 책 자체가 족보로 구성되었다.

오늘 본문은 족보의 구성 요소를 거의 다 보여준다.
조상, 자손, 종족, 아들, 누이, 아내, 딸, 왕, 족장.
여기에는 성별이나 지위가 나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대에 의한 구분, 즉 조상과 자손일 것이다.
결국 족보는 세대가 어떻게 이어지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사가 있는데,
바로 “낳고”, “낳아”라는 단어다.

이것이 곧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바로 말씀하신 복이요 사명인 생육과 번성의 내용이다.
조상에서 자손으로 계대가 되지 않으면,
그리하여 족보가 써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육도 번성도 못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생육과 번성은 모든 생물체에게 공통적인 창조원리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인격과 이성이 있는 사람을 창조하셨고
생육과 번성의 의미도 다르다.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상을 채우고 아름답게 하는 복이요 사명이다.

즉 그냥 결혼하여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수의 증가,
이것이 하나님의 목적이요 뜻이 아니다.
조상이 자손을, 부모가 자녀를 아주 공들여 잘 가르쳐서
신앙의 계대를 잇는 것이 아니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에서의 생육과 번성이 아니다.

마침 나는 오늘 생일을 맞는다.
그것도 우리의 옛날 셈법으로는 중요했던 회갑, 즉 60돌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조상들이 계시다.
그들 가운데 사실은 나의 아버지, 외조부모, 어머니 정도만 하나님의 백성이셨다.
다행히 이 분들을 통해 친가의 작은아버지들, 조부모, 그리고 모든 자손들,
그리고 외가의 식구들이 다 주님을 믿는 이가 되었다.
즉 하나님을 먼저 믿은 조상이 있었고
그들로 인해 나중에 역시 하나님을 믿게 된 자손들이 있다.
하나님의 백성이 먼저 된 조상이 있고
그들로 인해 나중에 역시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자손들이 있다.

나는 참으로 감사하게 하나님을 믿는 조상으로 인해 하나님을 믿는 자녀가 되었다.
그리고 다행히 나의 아이가 역시 예수님을 믿는 자녀가 되었다.
그러면 나는 과연 조상으로서 역할을 잘 감당한 것인가?
아, 딸과 사위가 앞으로 더욱 아름다고 든든한 믿음의 가정으로 세워져야 한다.
그것이 나의 간절한 기도제목이다.
나는 더욱더 믿음의 조상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내게 참으로 감사한 모범을 보이신
나의 조상―아, 나의 존경하옵는 아버지―에게서
자녀로서 계속 잘 배워야 한다.

어제 아이들이 3주의 방문을 마치고 다시 독일로 돌아갔다.
함께, 한 집안에, 같은 공간에 머문다고 해서
내가 자녀들의 신앙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앙은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만나거나 헤어지거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신앙의 계대를 위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일을 위해,
하나님 나라가 세워지는 일을 위해
온전히 하나님을 의지하며 간구하는 것이다.
나의 간절한 기도제목이 이것이다.
부모님의 신앙을 따라 내가 여기까지 온 것처럼,
나의 자녀들이 그러한 복을 받는 것이다.
아, 그런데 나의 부모께서 나의 존경을 받으실 만큼,
나는 내 아이 부부의 존경을 받을 만한 자인가?
그리하여 그들이 따라갈 본보기가,
즉 나처럼 쉽게 본받을 모범적인 부모가 있는가?
나는 자신 없고 두렵다.

아이들을 보내고,
생일을 맞는 이 날,
족보, 즉 조상과 자손에 관한 말씀을 듣고
나는 하나님께서 주신 풍성한 조건과 시간을 게으르게 낭비한 과거를 몹시 괴로워하며,
그럼에도 다시금 하나님의 긍휼,
바로 오늘 이 말씀을 주신 그 자비를 의지하여 하나님께 나아간다.
신실한 자녀가 되도록,
본을 보일 아비가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