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39:1-12, 거기 계시며 나를 아시는 분)

참으로 놀라운 시, 놀라운 고백이다.
다윗은 이 시에서 하나님과 그와의 관계를
이렇게 섬세하게 그러면서 우주적으로 묘사한다.
그것은 이론이 아니라 그의 체험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과 그의 관계는 살아있다.

앞 단락은 ‘하나님께서 나를 아신다’고 선언하며
―그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선포다!―
둘째 단락은 ‘하나님께서 거기 계신다’는 선언이다.
―역시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선포다!―

나를 아신다는 말에는 일체의 거리가 무시된다.
멀리서도, 안 보이는 곳에서도, 내 속의 은밀한 것도 다 아신다.
그러나 거기, 즉 어디든 계신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거리가 계산된다.
사실은 여기서도 거리가 무시된다.
왜냐하면 내가 어디를 가도,
즉 멀리 가고, 안 보이는 곳에 숨고, 은밀한 짓을 어디서 해도
거기에 하나님이 계시다.
그러므로 두 단락의 거리 감각은 동일하다.
이것이 하나님의 신비하신 권능이다.
하나님은 나를 멀리서도 아시는데,
사실은 내가 있는 곳에 거기 계신다.
그러니까 하나님께는 거리가 없다.
시간적으로 하나님께는 언제나 현재이듯이
―과거도, 미래도 현재로 불러오실 수 있다!―
공간적으로 하나님께는 언제나 거기, 하나님이 계시는 곳이다.

나의 모든 것을 아는 자 앞에서 나는 어떠할까?
내가 어디를 가도 거기에 있는 자 앞에서 나는 어떠할까?
아마도 굉장히 불편하고 피할 수 없음에도 피하려 할 것이다.
아무 소용이 없음에도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으려 할 것이다.
문제는 내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모르고, 내가 있는 곳에 없는 자에게는 편하다.
그가 나를 몰라주는 것이 속상하기도 하겠지만
내가 감추고 있는 속내를 전혀 모르므로 오히려 편하다.
그러나 나를 다 아는 분,
내가 어디 있어도 거기 있는 분은 정말 불편할 것이다.

만일 그가 사람이라면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은 하나님이시다!
선하신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나는 감사하다.
물론 두 가지를 다 생각한다.
하나는 나를 다 아시므로 나를 다 이해하시는 하나님.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아셔서 나를 완전하게 인도하실 수 있는 하나님.
그것은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감사한 사실인가!
내가 어디 있든 나를 떠나지 않으시는 하나님.
나를 홀로 외롭게 내버려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
내가 아무도 모르는 데서 혼자 누구에게 당하게 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설령 눈에 보이시지 않고 아무 숨소리도 들리지 않으시기 때문에
거기 안 계신 듯하여도,
그래서 고통의 순간에 홀로 당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도
실상은 거기서 나와 같은 고초를 당하시며
결국 그들의 영혼을 권능으로 다스리셔서 제압하시고
결국 나를 그 품안에서 안전하게 하시는 하나님.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 사실인가!

그러나 또 하나가 있다.
나를 다 아시고 어디든 거기에 계시는 하나님을
나는 경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하나님을 조금도 우습게 여기고 만홀히 대할 수 없다.
나는 앞에서는 잘 하는 척하고 뒤에서는 욕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하나님에게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이겠는가!
내가 하나님의 뒤에 있을 수가 있겠는가!
오늘날 국민들이 통치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만홀히 대하는가,
얼마나 이중적인가.
그것은 그들이 나를 알지 못하고
나는 얼마든지 그들을 대면하지 않으며 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아마도 최대 무기일 수 있는 ‘익명성’으로
얼마든지 ‘뒤’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
누구든 통치자의 ‘뒤’에 있을 수 있다.
‘뒤’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뒤’가 보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니 사람들이 아무리 권세 있는 자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만홀히 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는 사각지대가 없으며 약점이 없다.
누구도 하나님을 가지고 놀 수 없다.
꽤 많은 현대인들이, 무신론자들이, 반기독교주의자들이
하나님을 마음껏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겠지만
하나님은 그들에게 놀아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그들을 비웃으신다!
“하늘에 계신 이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그들을 비웃으시리로다”(시편 2:4)

나는 오늘도 하나님 앞에서
그의 귀한 자녀로 위로와 안위와 사랑과 즐거움과 경탄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한 오늘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내 속의 모든 죄를 고하고
옷깃을 여미며 조심하고
하나님의 지고하신 권능 앞에 나의 무능함을 자복하고 엎드릴 것이다.
나는 오로지 하나님의 그 선하신 권능에 의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