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24:1-18, 너희가 수고하지 아니한 땅)

여호수아가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모든 지파를 모이게 했다.
나이 많아 늙은 지도자가 지나간 출애굽과 가나안 정복의 역사를 정리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당부하는 고별사를 하기 위함이다.
아니, 그것은 여호수아 개인사가 아니라
―그가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성경 전체의 주제인 ‘하나님이 행하신 일’이 무엇인지를 되뇌기 위함이다.

백성들을 불러 모은 장소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여호수아는 그 장소를 세겜으로 정했다.
세겜은 지리적으로 이스라엘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남북으로도 동서로도 거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성읍이다.
세겜은 므낫세 지파에 속한다.
므낫세 바로 남쪽으로 여호수아가 속한 에브라임 지파의 땅이 있다.
거기에 성막이 세워진 ‘실로’도 위치한다.
실로는 아직 땅을 차지하지 못한 일곱 지파의 땅을 지도를 놓고 분배했던 장소다.
아마 이번에도 백성들이 실로에 소집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호수아는 거리상으로 얼마 차이나지 않을,
자신의 지파에 속한 성읍이 아니라
지리적으로 중심에 위치한 세겜으로 백성들을 모이게 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있는 곳이 중심이며,
심지어는 세계의 중심으로까지 미화한다.
여호수아는 자신을 중심으로 삼지 않았다.
그가 있는 곳이 이스라엘의 중심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중심이 그에게 중심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스라엘의 중심은 어디인가?
지리적으로는 동서와 남북의 정중앙일 것이지만,
이스라엘의 중심은 하나님이시다!
이미 어제 본문에서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이 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일만 말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
곧 가나안 백성들을 쫓아내시고,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시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아름다운 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순종, 헌신, 믿음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조금이라도 상쇄하거나 희석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의 전체 역사를
오직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로 조명한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이끌어내신 일,
이삭과 야곱을 주신 일,
애굽에서 모세와 아론을 보내주신 일,
애굽에 재앙을 내리고 이스라엘을 구출해내신 일,
요단 저쪽의 땅을 이스라엘의 손에 넘겨주신 일,
발람의 미혹에서 건져내신 일,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나안의 일곱 부족들을 이스라엘이 점령케 하신 일!
이 모든 것은 “너희의 칼이나 너희의 활로써 이같이 한 것이 아니”다!
그 땅은 이스라엘의 “수고”로 획득한 땅이 아니다.
그들이 “건설”한 성읍이 아니다.
그 식량은 그들이 “심지 아니한” 열매다!

사실 그것은 이미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약속하신 말씀이요,
이스라엘이 순종해야 할 명령이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을 향하여
네게 주리라 맹세하신 땅으로 너를 들어가게 하시고
네가 건축하지 아니한 크고 아름다운 성읍을 얻게 하시며
네가 채우지 아니한 아름다운 물건이 가득한 집을 얻게 하시며
네가 파지 아니한 우물을 차지하게 하시며
네가 심지 아니한 포도원과 감람나무를 차지하게 하사
네게 배불리 먹게 하실 때에”(신명기 6:10~11)
모든 것이 이 약속대로 이루어졌다.

하나님께서 내게 행하신 일을 내가 기억한다.
특히 내게 올해 놀라운 일이 있었다.
나는 일 년 전의 위치를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더 이상을 나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능력이 없었고 함량 미달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나의 생각을 넘어 지금 내가 있는 ‘여기까지’ 인도하셨다.
나는 수고도 건설도 농사도 못했는데,
거할 땅과 살 성읍과 먹을 열매를 얻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요 선물이다.
아, 그리고 정확히 30년 전에 바로 이 여호수아의 말씀,
―1989년 9월, 10월에 매일성경의 본문은 여호수아였다!―
오늘 본문의 말씀으로,
나 자신이 ‘메뚜기’만큼이나 작았던 이국 땅, 거인들의 나라에서
아무 수고도 건설도 농사도 없이
하나님께서 주셨던 땅과 집과 식량에 감격했던 기억이 있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미리 하신 약속이면서,
동시에 그것은 명령이다.
하나님께서 분명 이렇게 하실 것인데,
그러므로 너희는 “조심하여 ··· 여호와를 잊지 말고 ··· 경외하며 ···
다른 신들 ···을 따르지 말라”(신명기 12~14)
그리고 여호수아도 이 말씀으로 그 명령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여호와를 경외하며 ···
(다른) 신들을 치워버리고 여호와만 섬기라”

하나님의 은혜가 먼저 주어졌다.
나의 수고도 건설도 노동도 없이 하나님이 모든 것을 주셨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은혜 갚는 자로 살아야 한다.
여호수아가 한 말,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화답한 그 말,
“우리도 여호와를 섬기리니 그는 우리 하나님이심이니이다”,
이 말로 오늘 나도 대답한다.
‘예, 저도 하나님만 섬기겠습니다.
다른 신―특히 나 자신―을 섬기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