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8:1-13, 주여 원하시면)

예수께서 산에서 매우 중요한 설교를 길게 하셨다.
그 말씀의 결론은 “이 말을 듣고 행하”라는 것이다.
다른 것을 행하는 것―가장 흔하게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
시대의 주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가르치신 것을 행하는 데에 구원이 있다.
예수는 말씀하셨고 그것을 들었으므로 이제 행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구원은 선포되었다.

그리고 예수께서 “산에서 내려” 오셨다.
그러자 많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산 위에서 들은 것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산 아래의 현실이 따로 있다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산 아래의 삶과 유리되는 산 위의 신선들의 도를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산 아래는 산 위에서 들은 말씀을 행하는 현장이었다.
예수께 나아온 “한 나병환자”는 그 말씀을 실행한 자다.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구하라, 찾으라, 문을 두드리라고 “말씀”하셨고
이 환자는 그 말씀대로 “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예수께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렸다.
“주여 원하시면 저를 깨끗이 하실 수 있나이다”
이 사람의 말은 ‘저를 고쳐주옵소서’ 하고 간구한 것이다.
예수께서 ‘내게 구하라’ 하였더니, 그는 예수께 구한 것이다.
이것이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신앙이다.

더구나 그는 그냥 구한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원하시”는 것을 구했다.
사실 기도에서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산상수훈에서 하신 구하라, 찾으라, 문을 두드리라는 말씀은
뭐든지 기도하라는 것이요,
모든 기도를 다 들어주시겠다는 약속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이 약속하신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리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기도하는 대로 하나님이 내게 들어주는
―이 경우에 내가 명령자요 하나님은 그것을 실행하는 종이 된다―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좋은 것”으로 주신다.
만일 내가 좋지 않은 것을 구해도,
내가 기도했기 때문에 그 ‘좋지 않은 것’을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엇이 좋은지를 아시고 그것을 주신다.
이게 예수님의 약속이다.
하나님은 내 뜻, 내 명령을 이루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좋은 ―선하신― 뜻을 이루신다.

그러므로 기도는 내 뜻을 아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뜻을 간구하는 것이다.
이 나병환자의 요청, “주여 원하시면” 이것이 기도다.
이것은 ‘주께서 원하시는 것을 행하소서’라는 기도다.
주께서 원하시면 들어주시고,
만일 내가 잘못 구하여 주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면 들어주지 마소서,
하고 기도한 것이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즉각적인 응답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노니”였다.
주께서 원하시는 ‘좋은 것’을 그에게 주신다.
그를 고쳐주시는 것이 하나님께 ‘좋은 것’이요,
예수께서 그것을 원하신다.

가버나움에서 만난 “한 백부장”도 같은 기도를 했다.
그는 하인의 중풍병을 고쳐달라고 간구하면서,
“다만 말씀으로만 하옵소서”라고 그 방법까지 아뢰었다.
주께서 말씀하시면 이 병이 고쳐진다는 뜻이다.
나병환자는 ‘주께서 원하시면’이라고 기도했다면
백부장은 ‘주께서 말씀하시면’이라고 기도한 것이다.
이것은 같은 기도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간구한 것이요,
바로 예수께서 약속하신 하나님께서 주실 “좋은 것”을 간구한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시기 바로 전날 밤에 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는가!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예수의 원대로 하지 않고 당신의 원대로 하셨다.
아니, 하나님은 예수께서 기도하신 대로 당신의 원대로 하셨다.
하나님은 “좋은 것”을 이루셨다.

그러나 “주여 원하시면”
이 말은 내 뜻을 이루기 위한 상투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말장난에 능한 나의 기도는 이러기가 얼마나 쉬운가.
나는 간구하는 모든 기도에서 참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기도는 바로 이 과정이다.
주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것을 간구하는 작업이다.
기도는 내 뜻에서 하나님 뜻으로,
내가 원하는 것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으로,
내가 보기에 좋은 것에서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것으로,
그리하여 상당히 많은 경우에 내가 구했던 ‘나쁜 것’이
진실로 ‘좋은 것’으로 변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