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19:161-176, 주의 앞에)

오늘 본문에서 “앞”이라는 단어가 세 번 나온다.
그런데 “앞”의 앞에 무슨 말이 오는가?
즉 누구(무엇)의 앞인가?
바로 “주(의) 앞”이다.
그리고 이 말은 시편 119편에서 이 단락에서만 나온다.
흔할 것 같은 ‘주의 앞’이 여기서만 쓰이고 있다.

두 가지 용례로 나뉜다.
하나는 “나의 모든 행위가 주 앞에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나의 부르짖음이 주의 앞에 이르게 하시고”,
같은 뜻으로 “나의 간구가 주의 앞에 이르게 하시고”라고 쓰인다.

‘나의 모든 행위가 주 앞에 있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 맞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해도, 세상이 그 무엇을 하여도
모든 것이 하나님 앞에서 하는(벌어지는) 일이다.
즉 하나님께서 모르시는 일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하나님 앞에 노출된다.
그것은 진리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이보다 더 심화된 의미가 있다.
왜 ‘내 모든 행위가 주 앞에 있’는지 그 이유가 있다.
“내가 주의 법도들과 증거들을 지켰사오니
나의 모든 행위가 주 앞에 있음이니이다”
내가 하나님 말씀대로 살았으므로 내 모든 행위는 하나님 앞에 있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하나님 “앞”에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은 “주 앞”에 있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이 문장에서 ‘하나님 앞에 있다’는 것은 하나님이 아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면 어떤 것은 하나님 앞에 있지 않으므로 하나님이 모르시는 것이 있다는 말인가?
아니다.
여기서 ‘하나님 앞’은 하나님이 아시는 정도를 넘어서
인정하신다는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아시는 것과 인정하시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하나님은 내가 어떤 음흉한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얼마나 탐심이 많은지 아신다.
하나님은 내가 생각과 마음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아신다.
나는 분명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게, 아주 잘 위장하여 그러한 일을 할 터인데
하나님은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모르시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즉 하나님이 그 모든 것을 아신다고 해서
하나님이 그것을 인정하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아는 것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면 하나님이 무엇을 인정하시는가?
즉 무엇을 합당하다고, 옳다고, 잘 했다고 인정하시는가?
바로 내가 하나님 말씀을 지킬 때다.
내가 그 말씀에 순종할 때다.
내가 그 말씀대로 살 때다.
생각하는 것, 마음에 바라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행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인정하신다는 것은 가장 적극적인 의미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는 뜻이다.
내가 하나님 말씀대로 사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기뻐하심은 내 인생의 목적이다.
아니 세상의 목적이다.
그것을 위해 나와 세상이 존재하며,
그것을 위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신다.
죄로 타락했어도 그것을 위해 하나님이 구원하신다.
하나님의 기뻐하심은 곧 하나님의 영광이다.
내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하나님께 영광이요, 하나님의 영광이다.
내가 하나님 앞에 있는 것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내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두 번째 용례는 기도와 관련된다.
“나의 부르짖음이 주의 앞에 이르게 하시고”
“나의 간구가 주의 앞에 이르게 하시고”
두 문장 모두 기도문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이르기를 바라는 그 대상도 곧 기도―부르짖음, 간구―다.
나의 기도가 하나님 앞에 이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때 하나님 “앞”이란 무엇인가?
여기서는 ‘하나님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이르는’ 것이 관건이다.
즉 하나님 앞에 이르는 것이 있고 이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사실은 하나님께 이르지 못하는 기도란 없다.
즉 하나님께서 듣지 못하시는 기도는 없다.
하나님이 귀가 없으신가?
청력이 약하신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이른다’는 말은
첫 번째 용례―‘알다’와 ‘인정하다’의 차이―와 같이
물리적인 청음과 구분되는 의미를 갖는다.
하나님께 도달하지 못하는 물리적인 소리는 없다.
아무리 데시벨이 낮은 소리라도 하나님은 다 들으신다.
하나님은 다 아신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 이른다’는 것은 ‘하나님께 이른다’는 것이요,
역시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것이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며,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는 기도와 관련되므로
하나님께서 응답하신다, 들어주신다, 간구를 이루어주신다는 보다 구체적인 뜻이다.

나의 삶이 하나님 앞에 있고,
나의 기도가 하나님 앞에 이르는 자,
그는 실로 얼마나 복된 자인가!
그것은 오직 하나님 말씀대로 삶으로써만,
하나님 말씀대로 기도함으로써만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