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4:18-37, 내가 당신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아이구 “내 머리야 내 머리야”
이 탄식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장 짧은 문장 중에 하나다.
인간은 어느 때고 아플 수 있다!
아무리 고상한 인격자라도, 최고의 지식을 가진 자라도, 또는 어마어마한 부자라도,
그리고 생명력 넘치는 건강한 아이와 소년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도 아플 수 있다.
몸속에 어떤 균이 들어왔는지, 세포와 기관에 어떤 이상이 생겼는지,
알 수 없고, 발견해도 설명할 수 없는 건강의 연약함이 인간의 본질이다.
인간의 신체에는 죽음이 배어있다.
건강과 생명은 한시적이다.
요즘은 장수하다가 극히 짧은 기간에 노환의 작별 순간을 맞는 것을 지고한 복으로 앙망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렇게 많지도 않고,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게 과연 가장 행복한 것이냐 하는 궁극적인 질문이 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의 영원한 삶과 죽음을 아는 자인데
몸의 상태의 상대적인 편안함을 인간 행복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여하튼 하나님의 선지자의 축복으로 기적으로 태어났고 잘 자라던 아이가
별안간 아이고, “내 머리야 내 머리야” 하더니 졸지에 죽는 일이 벌어졌으니
얼마나 황망한가!
그러나 이것이 인생의 연약함이요 한계다.

이제 이 아이 어머니의 생각과 반응과 처신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가르쳐준다.
그는 참으로 침착했다.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급작스런 비극 앞에서 체통을 지켰다.
그는 남편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고 아주 침착하게 평상시 하듯이
선지자에게 다녀오겠다고 하였다.
그는 자기와 동행하는 사환들 앞에서,
그리고 자기를 맞으러 온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 앞에서도 동일하게 행동했다.
그녀의 어디에서도 평상시와 다른 흔들림과 경망스러움과 정신없음과 격앙을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엘리사 앞에서는 모든 슬픔을 토해냈다.
그의 괴로운 영혼을 다 드러냈고, 원망 섞인 책임 전가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일념은 하나님의 선지자를 통해 하나님께 아이의 소생을 간구하겠다는 의지다.
이것을 위해 그 과정에서는 모든 참을 것을 참고
마지막 선지자 앞에서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이것은 분명 하나님께 나아가기는커녕
그 이전에 사람들과 물질과 특별한 조건에 매달리고 발광을 하는 우리의 모습에 큰 경종이 된다.
수넴 여인은 그 반대로 했다.
사람들 앞에서는 참으로 침착했고
하나님 앞에서는 참으로 솔직했다.
이것은 기도의 중요한 본질이다.
사람을 의지하지 아니함, 오직 하나님께 나아감, 그리고 하나님께 솔직함.
그는 이것을 위해 다른 모든 과정을 견뎌냈다.
그 과정들에 일희일비하면서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아들 살리는 데만 얽매이지는 않았다.
아무리 세상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께만 나아간다고 해도
자칫 결국 자기 뜻의 관철을 위해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하나님을 자기 형통의 도구로 이용하는 꼴이다.
진실로 하나님을 믿는 것은 하나님께서 병든 아들을 고쳐주실 줄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처분에 맡긴다는 뜻이다.
수넴 여인은 ‘나는 당신이, 하나님이, 내 아들을 꼭 살려주실 것을 믿는다고 맹세합니다’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맹세한 것은 “내가 당신을 떠나지 아니하리이다”였다.
그것은 선지자(와 하나님)가 결국 자기 요구를 들어주도록 압박하는 전략적 위협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역시 하나님을 자기 형통을 위한 도구로 삼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뜻은 아들이 죽든 살아나든 “내가 당신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고백이다.
이 말 자체는 그의 목적과 가치가 자기 아들의 생명보다
하나님과의 동행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나의 최고의 기도는 바로 이것이어야 한다.
아들 살려주세요, 이거 해 주세요, 하는 기도보다도
“내가 당신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다짐과 간구다.
이것은 자기 과시와 과신이 아니다.
사실은 ‘“내가 당신을 떠나지 아니”하기를 원하오니 도와주소서’ 하는 기도인 것이다.
이것은 자기 믿음의 자랑이 아니라
내가 상황에 따라 하나님을 떠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이다.

아, 주님,
“내가 당신을 떠나지 아니하”도록 잘 견디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