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1-18, 열 하룻길이 40년으로)

신명기는 출애굽 후 광야 40년을 회고하면서 약속의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모세가 이전에 받았던 율법을 다시 가르치는 내용이다.
시내산(호렙산)에 도착한 것이 40년 전 즉 1년 3월 1일이고,
2년 2월 20일에 시내산을 떠나기까지
그동안에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성막을 세운다.
그리고 이제 40년 11월 1일에 모세는 “이 율법을 (다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애굽의 노예에서 풀려나와 이제는 자유민으로 가나안에 들어갈 것인데
맨처음에 받았던 말씀을 다시 되뇌는 시간이다.
사실 이동안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먼저 출애굽의 첫 세대는 모세와 여호수아와 갈렙만 빼고 다 죽었다.
이 세 명을 제외하고는 60세가 최고령자다.
이스라엘은 역사상 아마도 가장 젊은 구성원의 민족일 것이다.

신명기는 이 책을 시작하는 서두에서 출애굽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밝힌다.
바로 지체된 시간이다.
“호렙산에서 세일산을 지나 가데스 바네아까지 열 하룻길이었더라”
호렙산은 모세가 하나님께로부터 율법을 받았던 곳이다.
지도를 보면 이스라엘은 애굽에서 나와 남쪽으로 내려가 호렙산까지 이르고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 가데스 바네아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서 정탐꾼들의 충동질로 백성들 전체가 하나님을 원망하며 죄악을 범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바로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호렙산에서 가데스 바네아까지 11일 걸리는 길이라 하였는데,
홍해에서 호렙산까지도 대충 그와 같은 거리다.
그러면 원래는 애굽에서 홍해를 건너 호렙산을 경유하여 가데스 바네아에 이르는 데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였다.
그런데 그것이 40년으로 지체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동안 완전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도록
옛 세대는 광야에서 다 죽고 60세 이하만 남게 된 것이다.
그것은 40년 전 가데스 바네아에서 지은 죄로 인해 40년 광야의 방황을 벌로 받은 결과였다.

아, 나는 내 인생에 지체되었던 많은 날들을 참으로 후회하고 하나님께 회개한다.
한 달이면 갈 길을 40년이 되도록 우회한 것이 내게 얼마나 많은가!
의자에 앉아 지혜를 구하고 글을 쓰면 될 것을
의자에 앉기까지 다른 것에 기웃거리고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 시간을 내가 지연시킨 적이 얼마나 많은가!
죄짓는 데는 몸이 잽싸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데는 얼마나 게을렀는가!
나는 참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날들을 압축하면 불과 며칠이나 될까,
아니면 몇 시간밖에 되지 않을까 두렵다.
하나님이 주신 시간을 내가 주인처럼 마음대로 남용한 시간들이다.

오늘은 하나님의 은혜로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부모님의 수고와 헌신으로 내가 잉태되고 태어나 자라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황공하다.
무엇보다 하나님 믿는 가정에 나고 자란 은혜가 사무친다.
믿음 안에서 양육 받은 복이란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름을 받은 사명에 내가 과연 충성을 다했는가,
나는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이다.
나는 열 하룻 길을 40년 걸려 온 자가 아닌가.
그러나 이제도 감사할 더 많은 은혜로
나의 죄와 허물의 흔적들을 극복할 소망과 용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