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6:36-46, 기도의 밤)

무교절 첫날에 유월절 식사를 한 뒤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이끌고 자주 기도하시던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셨다.
역시 기도하시기 위함이었다.

아마도 제자들은 영문을 몰랐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이 기도할 때인지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유월절은 삶과 죽음이 갈라졌던 엄숙한 순간이었지만
해방과 구원의 날을 기념하는 절기요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므로 축제 분위기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무슨 기도를 하신다고 밤중에 제자들을 다 데리고 동산에 오르시는가?
지금은 즐길 때가 아닌가?
더구나 며칠 전 예루살렘을 왕처럼 입성하고 백성들의 환대를 받았으니
이제 영광의 날만 남은 것 아닌가?
제자들 가운데는 벌써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까 암투도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그 밤에 예수님 혼자만 기도하시고 제자들은 모두 잠에 들었다.
유다는 이미 자기 볼일을 보러 나갔고
열한 제자가 두 부류로 나뉘어 여덟 명은 한 곳에 앉아 예수께서 기도하는 동안에 기다리도록 되어 있었고,
나머지 세 명은 예수와 따로 다른 장소로 옮겼다.
예수는 세 제자에게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고 지시하신 뒤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홀로 기도하셨다.

그러나 이 세 제자도 예수께서 기도하는 중에 모두 잠이 들었다.
예수는 세 번을 기도하였는데
한 번 기도하고 세 제자에게 왔더니 잠이 들어 있었고,
깨어 기도하라고 당부하신 뒤에 두 번째 기도하고 다시 와보니
그들은 역시 잠들어 있었다.
세 번째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예수는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여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었는데
제자들은 모두 ―따로 부름을 받은 세 명이나, 나머지 여덟 명이나 모두―
피곤하여 잠에 빠졌다.
제자들 가운데 아무도 이 밤의 의미를 아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밤은 무슨 밤인가?
이미 유월절 음식을 나눌 때
예수님은 자신의 살과 피를 죄인들을 살리기 위한 대속의 제물로 찢고 흘리셨다.
그리고 이제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이 밤에 체포되어 밤새도록 심문을 받고
다음 날 조롱 가운데 처형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밤은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가!
출애굽의 밤과 똑같이 삶과 죽음이 나뉘는 엄숙한 순간이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만의 구원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예수께서 자신을 드리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 밤은 무엇보다 기도하는 순간이어야 하다.
사실 제자들이 이 밤에 영문도 모르는 채 끌려온 것이 아니었다.
예수는 지금까지 계속 자신이 죽을 것에 대해,
그러나 다시 살아날 것에 대해,
즉 십자가와 부활에 대해 말씀해왔다.
더구나 이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월절 음식을 먹으면서
예수께서 뭔가 다른 말씀을 하고 뭔가 새로운 의식을 제정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므로 제자들은 예수의 분부대로, 깨어서 기도했어야 한다.
최소한 그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가르쳐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 밤을 기도가 아니라 잠으로 보냈다.
기도의 밤에 기도하지 못하고 졸고 자다가 새벽을 맞는다.
기도 없이 예수의 재판과 십자가 처형을 보고 놀라 흩어진다.
그들은 모두 기도하지 않고 이 밤을 잠들었다.
기도의 밤에 기도하지 못했다.

아, 이것이 나의 모습 아닌가?
왜 기도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기도보다 다른 것에 마음을 더 빼앗겨,
결국 기도의 밤에 기도를 못하지 않았는가!
이 기도의 밤에!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