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애가 5:1-10, 우리의 조상들은 범죄하고)

유다의 멸망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적되고 쌓여온 죄악의 결과였다.
즉 조상들의 죄와 현재 유다 백성들의 죄가 다 합해져 벌어진 일이다.

선지자는 “우리의 조상들은 범죄하고 없어졌으며 우리는 그들의 죄악을 담당하였나이다”라고 탄식한다.
그것은 무죄한 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인가?
아니다.
현재 유다와 예루살렘 거민들의 죄는 조상들의 죄보다 적지 않다.
예레미야 선지자가 그렇게 간절히 하나님 말씀을, 즉 다가오는 심판을 전했어도
그들은 조금도 요동하지 않았다.
특히 지도자들은 나라를 올바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패망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 탄식은 억울하게 희생당한 자의 푸념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선지자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조상과 자손의 관계는 대체로 시간적인 선후로 인해 인과관계의 모습을 띈다.
조상의 죄는 자손들에게 영향을 주며, 자손들은 스스로 그것을 좋아라 따라 한다.
즉 둘 다 책임이 있다.
조상의 죄가 무조건적으로 자동적으로 자손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선대가 어떠하였든 자신의 세대에 죄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일 앞의 죄를 따라 한다면 그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경건한 조상을 본받지 못하고 패역한 자손이 나올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우리의 조상들은 범죄하고 없어졌으며 우리는 그들의 죄악을 담당하였나이다”
이 말씀은 조상이 자손의 책임 전가 대상이라는 뜻인가?
아니다.
조상은 자신의 죄에 책임이 있으며 자손도 역시 자신의 죄에 책임을 진다.
그러나 죄의 영향력은 언제든지 불어날 수 있다.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아, “나중을 생각하지 아니”하면(1:9)─
누구든 자손에게 죄의 무거운 짐을 남겨줄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현재의 자손들이 과거의 조상들을 탓하는 불평과 원망이라기보다
─현재의 유다 백성은 그럴 자격이 없다. 그들 스스로 죄인이다!─
다음 세대의 조상이 될 현재의 백성들에 대한 경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유다의 패망을 겪는 세대들은 바벨론으로 끌려가 거기서 다음 세대를 낳을 것이다.
이 자녀들은 지금 세대의 잘못으로 어린 시절에 타국에 끌려가든지
거기서 태어날 때부터 피지배자의 신세로 결정된다.
그때 그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우리의 조상들은 범죄하고 없어졌으며 우리는 그들의 죄악을 담당하였나이다”라고 하지 않겠는가?

즉 내 조상 세대에 대한 불평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그들의 조상, 즉 지금의 우리(나)에게 할 불평과 탄식을 기억해야 한다.
다음 세대의 많은 조건들이 지금의 나에 의해 놓여진다.
그들에게 불행이 임한다면 그 원인은 지금 시대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지 않겠는가!

아, 지금의 나의 문제는 나 자신의 죄에 의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죄는 영향력을 행사하여 다음 세대에도 짐이 될 수 있다.
나는 다음 세대에 책임이 있는 자다.
그렇다면 내가 다음 세대의 조상으로서 지금 어떻게 살아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