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34:8-22, 거짓 자유는 곧 부자유)

시드기야 왕을 비롯한 유다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여전히 중요한 분이었다.
그들은 계속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고 율법을 지켰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그들은 우상숭배도 겸하여 하고 불의를 행하는 일도 병행했다.
그들에게 문제는 ―구약 내내, 그리고 신약 시대에 바리새인과, 사실은 예수를 믿는 성도도 언제나 빠지기 쉬운 가장 큰 문제는―
두 주인을 섬기는 것이었다.
하나님(예수님)과 세상을, 성경 말씀과 돈을, 하나님의 의와 자기 의를
겸하여 섬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시드기야 왕 때 동족의 노비를 놓아 자유롭게 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이란 그냥 강화된 다짐이 아니다.
그것은 “송아지를 둘로 쪼개고 그 두 조각 사이로 지나” 하나님 앞에서 맺는 “언약”이다.
그것은 만일 계약을 위반하면, 즉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송아지처럼 자신이 둘로 쪼개진다는 것을 확약하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시도처럼, 혹은 개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계약을 맺”을 일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그것은 계약을 맺을 사실이 아니라 당연히 지켜야 할 율법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백성이 구약 시대에 안식일을 지키는 일을, 할례하는 일을, 십일조를 낼 때,
살인을 하지 않고, 제사를 드리고, 과부와 고아들 돌볼 때
하나님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가?
그 계약은 이미 출애굽 후 시내산 기슭에서 십계명을 받을 때 체결되었다.
계약이 문제가 아니라 순종이 관건이다.
율법을 지키는 일이 해이해질 때
다시금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와 자신을 고치고 순종하면 된다.

시드기야 때의 “계약”이란 진정한 순종의 다짐이라기보다는
종교적 행사화의 일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진정성이요 진실성이다.
그들이 번지르하게 대형 행사는 치렀겠지만 실속은 없었다.
그들의 “계약”은 이내 기만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들은 “계약”까지 체결한 노비의 해방을 번복했다.
“후에 그들의 뜻이 변하여 자유를 주었던 노비를 끌어다가 복종시켜
다시 노비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문제를 결코 간과하지 않으셨다.
이것은 사소한, 하찮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께 크고 중요한 일이었다.
율법 중에 하나만 어겨도 모든 율법을 어기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님께서 그토록 중시하시는 약자, 노비를 우습게 알았다.
그들의 종교적 노리개로 삼은 꼴이다.
하나님께 뭔가 잘 보이고 싶을 때는 과시의 도구로 삼고,
그럴 필요가 사라진 듯하면 얼마든지 입을 닦고 내팽기칠 수 있는 자로
이 약자들을 가지고 놀았다.
이 행동은 곧 이들을 중시하시는 하나님을 우습게 안 것이며,
하나님을 만홀히 여긴 것이다.

하나님의 대답은 그들의 행동을 그대로 갚으시는 것이다.
이들이 하나님 앞에서 “계약”을 맺은 대로 계약 위반에 대해 갚으시는 것이다.
그들을 둘로 쪼개진 송아지처럼 쪼갤 것이다.
“내가 너희를 대적하여 칼과 전염병과 기근에게 자유를 주리라”
“칼과 전염병과 기근”은 유다가 계속해서 지어온 누적된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의 내용이다.
그 심판이 이 일에 임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노비의 “자유”를 갖고 장난한 꼴이니
하나님께서 이들의 “자유”를 심판하실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를 “자유”롭게 함을 통해서다!
이들이 약자의 자유를 자신의 경건의 모양 치장 도구로 삼고
결국 약자를 부자유하게 한 것에 대해
하나님께서 부리시는 심판의 도구를 자유롭게 풀어서
이들의 거짓 자유가 징벌되게 한 것이다.

자유든, 평화든, 선이든, 의로움이든, 그 어떤 고상한 덕목이든
그 속에 위선적 자기기만이 들어있는 것은 모조리 하나님 앞에서 들통난다.
그러한 자유는, 평화는, 선은, 의로움은, 고상한 덕목은
결국 부자유로, 싸움으로, 악으로, 불의로, 추하고 천함으로 드러날 것이다.
아, 내가 어디서 잘난 체하려는가!
나의 특기 중 하나인 사람 앞에서 위선적으로 자기를 꾸미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고 잘못된 일인가를 나는 더 깨달아야 한다.
이 일에 나는 더 정신 차려야 한다.
내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계약”이 아니라 진정한, 단순한 순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