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03:15-22, 덧없는 날에서 영원으로)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는 말씀으로 시작한 시라면
뭔가 감사할만한 일이 있어서, 즐겁고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할 것 같다.
흔히 찬양은 곤고함과 거리가 먼 것 같다.
일이 잘 되면 찬양하고 찬양은 형통한 자의 전유물 같다.

그러나 다윗은 지금 그렇게 감정이 들떠서 찬양하고 있지 않다.
그는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라고 시작하면서
그가 잊지 않는 하나님의 은택들, 즉 그의 찬양의 이유를 언급한다.
그 가운데 첫 이유가 바로 죄에 대한 것이다.
“그가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그 다음이 질병에 관한 것이다.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
그리고 죽었다가 살아난 일을 말한다.
“네 생명을 파멸에서 속량하시고”
그는 자신이 골리앗을 물리친 것, 왕이 된 것, 시를 잘 쓰는 것, 지혜로운 것 등을 찬양의 이유로 제시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가 인생의 쓰라린 경험을 한 뒤에,
특히 그의 일생의 최대의 죄악을 범하고 최악의 곤고함 가운데 회개하며 하나님의 용서를 받은 뒤에,
그 모든 일을 돌아보며 이 시를 쓰고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본문은 인생의 덧없음을 토로하며 선언한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람이 지나가면 없어지나니 그 있던 자리도 다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일이 잘 되어 마음이 들떠 이 찬양시를 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죄와 실패와 곤고함이 많았던 인생을 되뇌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아, 우리가 흔히 나누는 찬양과 간증에는 사실 하나님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은혜와 내가 잘 된 일로 인해 은연중에 나를 높이는 일이 반드시 포함된다!
대부분 의도적으로 그러하고,
아주 겸손한 사람이 그럴 의도가 전혀 없더라도 듣는 사람은 그의 높아짐에 거북해 한다.
그러나 찬양과 간증은 일이 잘 풀린 사람들만이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하고 곤고하고 죄를 지었던 자가 하나님을 높일 때 진정으로 하나님만 높아질 수 있다.
다윗은 인생의 허무함과 덧없음, 바로 자신이 다 경험하고 그로 인해 힘들었던 그 문제들을 토하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나는 약한 자요, 작은 자요, 죄 많은 자이므로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높으신 분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찬양한다.

다윗은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자마자 바로 하나님의 영원하심을 찬양한다.
“여호와의 인자하심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영원부터 영원까지 이르며”
그는 자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말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를 말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나에게’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에게’,
즉 다윗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을 언급한다.
다윗은 지금 자기의 경건을 자랑하고 있지 않다.
자랑의 내용이 아무리 경건함일지라도 모든 자기 자랑은 덧없다!
영원한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다.
덧없는 것은 결국에는 지나가고 없어진다.
풀과 들의 꽃이 며칠, 혹은 몇 달 푸르고 울긋불긋하게 아름다움과 생기를 발하고 있지만
바람이 불면, 찬 서리가 내리면, 한두 계절만 지나면 “그 있던 자리도 다시 알지 못하”게 없어진다.
인생도 그러하다.
인간의 모든 날이 다 사라지고 없어진다.
이 하루가 그렇고 이 한 달이 그랬고, 이 한 해도 결국 오늘 하루로 사라지고 다시는 없어진다.
인생의 날은 어떤 시간도 영원하지 않다.

이것을 심각하게 아는 자는 하나님의 영원하심을 사모할 수 있다.
그것을 사모하는 자가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이며,
그는 하나님의 영원하심을 사모하므로 하나님께서 그가 사모하는 것을 주시므로,
그도 “영원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받는다.
아무리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영원해도 사람이 덧없는 존재이므로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영원히 받는다는 말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를 영원부터 영원까지 존재하게 하신다.
그리고 그에게 영원하신 인자를 영원토록 허락하신다.

2017년 마지막 날,
이 날에 나는 인생의 덧없음이 얼마나 인생을 곤고하게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하나님의 은혜에도 불구하고 내가 망친 날들, 내가 실패한 그 귀한 기회들, 죄로 얼룩진 시간들,
참으로 덧없는 그 순간들을 부끄러워하며 하나님께 죄스럽다.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서 내가 드릴 게 참 없다.
나는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 받은 자처럼 착하고 충성되게 살지 못했구나!
그러니 새해를 맞는 이 시간에 나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인자를 더욱 사모한다.
내가 새 한 해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로 살기를 더욱 간절히 소망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