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14:36-52, 하나님께서 보이신 실상)

“실상을 보이소서” 사울 왕은 하나님께 이렇게 아뢰었다.
그가 알기를 원한 “실상”은 무엇인가?
전쟁 중에 블레셋 사람들을 추격할지를 하나님께 물었다가 아무 대답이 없으시자
사울은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고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실상”을 알기를 원한 것이다.
대답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답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제비뽑기를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으로 굳게 닫힌 하나님의 입을 열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사실 제비뽑기는 하나님께서 뜻을 보이시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사울이 왕으로 뽑힌 것도 그 방식에 의해서였고 더구나 그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사무엘 사사에 의해 시행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음으로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시기까지 하셨다.
그러므로 사울은 이 순간 제비뽑기로 하나님께 실상을 물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요나단이 뽑혔다.
이때까지 사울은 요나단이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
그러니까 제비뽑기는 분명 사울의 조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실상이다.
그런데 이 실상의 의미란 무엇인가?
사울이 알고자 한 것은 하나님의 무응답을 야기한 이스라엘의 문제(죄)의 책임을 밝히는 것이요 그 책임은 죽음으로 감당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알고자 한 “실상”의 내용은 그 자신이 정한 것이다.
즉 그것이 과연 책임을 져야할 문제인지, 더구나 죽임으로 치러야 할 범죄인지는 하나님께서 아무 뜻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것은 사울의 생각이다.
그럼 제비뽑기를 통해 밝혀진 실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명 하나님이 보여주신 실상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울이 알기를 원했던 실상과는 다르다.
사울은 범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아내고 그를 사형시키려 한다.
그러나 제비뽑기에서 요나단이 뽑혔다는 사실이 요나단이 범죄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이 제비뽑기를 통해 사울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백성들이 밝힌 사실인데 이날 “이스라엘에 큰 구원을 이룬” 자가 요나단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사울 왕만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요나단이 범죄자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구원자임이 밝혀진 것이다.
문제는 사울이 알고자 한 실상의 의미와 제비뽑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실상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요나단을 죽이기 위해 뽑히게 하신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하나님은 그 순간 요나단과 그의 사형을 말리려한 백성들을 모두 죽이셔야 한다.

즉 처음부터 하나님은 요나단의 행위를, 즉 사울의 금령을 어긴 것을 범죄로 보지 않으셨다.
오히려 잘못된 것은 사울이 잘못 내린 명령이었다.
그 명령은 시정되었어야 했다.
그것을 사울이 알았어야 했다.
그 실상을 하나님은 이 제비뽑기로 보여주셨다.

그러니까 블레셋을 추격하는 것이 관건이 아니었다.
그 추격이 멎게 된 것이 사울에게는 문제였다면
하나님께는 사울이 잘못 결정하여 백성들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고 그것이 하나님께서 보이실 실상이었다.
다행히 사울은 이 사실을 더 큰 고집으로 무효화시키지 않았다.
그는 “실상”을 알게 되었고 추격을 포기하고 요나단을 처형하지 않았다.
요나단이 한 일이 옳으며 자신이 그르다는 것을 안 것이다.

“실상”의 의미와 전제가 다르면 하나님께 그것을 구하고, 또한 하나님께서 그것을 보여주셔도 얼마든지 자기식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사울은 먼저 문제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았어야 한다.
그래야 무슨 “실상”을 알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추격의 정지가 문제인가, 그 이전에 사울의 조처에 문제가 있었는가 사울은 숙고했어야 한다.

나의 편견과 고집과 아전인수는 얼마든지 이러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내가 어리석은 일에 고집을 피우는 자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