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6:11-22, 모든 죄를 아뢰고 그 죄를 염소의 머리에 두어)

속죄일에 대제사장이 드릴 제물은 자신과 집안을 위한 수송아지와 숫양,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두 마리 염소와 한 마리 숫양이다.
특히 두 마리 염소 가운데 제비를 뽑아 하나는 하나님께 드리는 속죄제물로,
다른 하나는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낼” 것이었다.

한 마리는 속죄제물로 제단에서 죽임을 당할 것이요,
다른 한 마리는 죽이지 않고 광야로 내 보내진다.
이 아사셀 염소를 위해서 먼저 대제사장이 그 머리에 안수할 것이며,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불의와 그 범한 모든 죄를 아뢰고 그 죄를 염소의 머리에 두어” 광야로 보내야 한다.

두 마리의 염소 모두 대속의 제물이다.
사실 모든 제물이 제사 드리는 자를 대신하여 바쳐지는 대속물이다.
만일 희생 제물이 없다면 그 순간 그 자신이 죽임을 당하여 제단에 제물로 바쳐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속죄일의 속죄제물로 아사셀 염소를 제정하셔서 그 대속의 과정을 더욱 세밀하게 보여주신다.
그냥 대신하여 죽는 것이 아니라 그 희생제물에 나의 모든 죄가 전가된다.
그것은 안수를 통해, 죄의 고백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는 염소의 머리에 손을 대고 내가 범한 모든 불의와 죄를 다 아뢰는 것이다.
그렇게 내 죄를 떠맡은 아사셀 염소는
나의 “모든 불의를 지고 접근하기 어려운 땅”에 이르러 “광야에” 내놓아진다.
그것은 참으로 두렵고 심각한 장면이다.
나의 죄가 전가된 염소가 광야에서 유리방황하다 짐승에 잡혀 죽을 것이다.
그 염소는 우리에서 더 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사셀 염소로 발탁된 뒤로는 가장 위험한 광야에 방출된다.
거기에는 일체의 보호 장치가 없다.
보호받을 여지는 전혀 없다.
거기서 아사셀 염소는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내 죄의 운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치르지 않고 아사셀 염소가 맡는다.

세례 요한이 선언한 대로 바로 예수님이 이 아사셀 염소시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
예수님이 내 죄를 대신 지셨다.
내 죄가 모두 그 머리에 전가되고 내가 고백하는 모든 죄가 예수님의 죄가 되었다.
그리고 광야에서 죄인으로서 비참한 죽임을 당하셨다.
덕분에 나는 이렇게 편안히 진영 안에, 장막 안에 머물러 안식을 누린다.
나의 삶의 모든 순간과 영역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다.